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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6-17 08:57
[기사] 이야기 창작하면서 통합학습 저절로
 글쓴이 : 이야~
조회 : 6,170  
“이야기 창작하면서 통합학습 저절로”
창의적 문제해결능력


김청연 기자



» 청량초교 문수분교 조현호 교사와 학생들(왼쪽부터 김종규, 이도경, 김성호군)이 스토링텔링 발표 때 썼던 반구대 암각화, 천전리 각석 그림 앞에 모여 사진을 찍었다.







창의적 인재가 말한다 / 울산 청량초등 문수분교 ‘스토리텔러 4총사’



다양한 문화재 정보 수집
재밌고 쉽게 가공해 발표
전국 스토리텔링대회 금상


오랫동안 스토리텔링 관련 수업을 해오고 있는 서울 수명초교 변영애 교사는 “스토리텔링 교육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학생들에게 스토리텔러가 돼 볼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줄거리와 구성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이야기’를 듣는 입장에서 말하는 입장이 되면 얻는 게 많다. 주어진 정보나 생각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소개할지를 고민하면서 정보수집력, 사고력, 문제해결력 등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문화재가 물에 빠져 있는데도 가만있냐구? 자자, 흥분을 가라앉히고 내 말을 좀 들어봐. 댐이 만들어지고 난 뒤에 문화재가 발견이 되었다구. 많은 사람이 물에 빠지고 암각화가 드러나면서 훼손돼가는 반구대암각화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

지난 1월12일 울산 청량초등문수분교의 한 교실에서 감칠맛 나는 목소리가 들렸다. 울산의 국보문화재인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을 소개하는 수업이다. 4학년 이도경군이 천돌이 역할로 암각화 소개를 마치자 5학년 김종규군 차례가 왔다. “천전리각석은 반구대암각화의 고래나 사슴 등과 달리 마름모나 물결무늬, 나뭇잎무늬, 원과 같이 수수께끼 같은 그림이 대부분이야.” ‘바위그림에 숨은 수수께끼를 풀어라’라는 제목의 이야기는 사회자 역할을 한 6학년 김성호군이 답사여행의 즐거움을 설명하며 끝났다. “답사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바로 문화재를 만나면서 옛날 모습을 상상할 있다는 거야.”



이는 울산 청량초교문수분교 ‘스토리텔러 사총사’의 공연이다. 사총사는 암각화와 각석을 소개한 세 친구와 조현호(39) 교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은 울산의 국보 문화재 이야기로 지난해 말 문화재청이 연 ‘2008 문화유산과 관광이 만나는 스토리텔링 페스티벌’에서 2등에 해당하는 금상을 받았다. 지난해 2회째를 맞았던 이 대회는 다른 사람에게 문화재 정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는지를 평가한다. 사총사가 주목을 받은 건 스토리텔링 대본과 동영상 자료 심사를 통과해 본선까지 올라간 12팀 가운데 유일한 분교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에도 5학년 김종규군이 울산광역시교육청이 연 독도수호말하기대회에서 교육감상을 받는 등 이들의 경력은 꽤 화려하다.

문수분교는 전교생이 22명밖에 안 되는 작은 학교다. 글짓기, 웅변학원 등 사교육을 접하지 않은 이들에게 스토리텔링은 낯설다. 하지만 어렵게 생각할 건 없었다. 김종규군은 스토리텔링이란 단어를 풀어 자신이 찾은 뜻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스토리는 이야기잖아요. 텔링은 말하는 거고. 근데 이야기는 재밌어야 하는 거 같아요. 그래야 가치가 있는 거죠. 우리 문화재를 이해하기 쉽게, 재미있게 소개하라는 거겠죠.”

평소 문화재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조 교사의 지도 아래 이들은 소개할 만한 가치가 있는 울산의 문화재를 골랐다. 조상의 생활사와 역사를 볼 수 있는 바위그림이었다. “국보로 지정된 문화재가 모두 암각화였어요. 두 개가 닮은 점이 많아서 이야깃거리가 될 것 같았어요.” 조 교사의 설명이다.

관건은 11월 7일 서울 한국문화의집에서 열리는 본선이었다. 대본에 따라 7분 동안 실제 스토리텔링을 해보는 방식이었다.

“실제 가보고 얼마나 놀랐는지요. 세상에! 영어로 말하는 애들도 있고, 정말 화려한 의상을 준비해온 애들도 있었어요.” 볼거리가 화려한 다른 팀과 비교하면 사총사의 스토리텔링(사회자와 반돌이, 천돌이가 등장해 각석과 암각화를 소개하는 형식)은 비교적 단순했다. 화려한 볼거리까지 준비하지 못한 이유는 소품을 구하기 어렵다는 사정 때문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본래 목적인 ‘정보 전달’에 충실하자는 생각도 깊어졌다. 대회에서 어떤 것을 요구하는지를 잘 파악해 ‘정석대로’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저희가 왜 상을 받았는지 알 거 같아요.(웃음) 내가 왜 이걸 설명하는지 이유를 분명하게 안 거 같아요. 실수도 하고, 매끄럽진 않았지만 내용에 충실했다는 거요. 문제의 뜻을 잘 읽은 걸 보신 게 아닐까요.” 김종규군의 이야기다. 그는 “‘스토리텔링을 해보라’는 문제에서 원하는 건 듣는 사람이 이해 가능하도록 정보를 전달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김성호군의 의견도 비슷했다. “제일 중요한 건 자기가 소개하고 싶은 게 뭔지가 분명해야 하고, 그걸 잘 아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우리가 안다고 되는 게 아니라 남이 이해할 수 있어야 이야기로서 필요성이 있죠.” 사총사는 “실제 장소를 답사해 생생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 평소 자유롭게 이야기를 주고받게 하는 학교 분위기, 조 교사를 비롯해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은 것”도 수상 비결로 꼽았다.

사총사는 참가 경험이 수상만큼 뜻깊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성호군은 “교과서에서 봤던 이야기인데 이렇게 대본으로 만들고 공연하는 가운데 역사 정보들이 외워지기도 하고, 이해력도 생겼다”고 했다. “실제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했는지 상상하면서 궁금증도 생기고요. 또 발표력이 생겨서 좋아요. 남 앞에서 생각을 말하는 게 조금 쉬워졌죠.(웃음)”

조 교사는 “정보를 수집하고, 다시 표현해서 소개한다는 점에서 통합적인 공부를 가능하게 해준다”며 스토리텔링 준비를 하면서 알게 된 것들에 대해 설명했다. “학생들과 밀착해서 준비를 해야 하고, 표현력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인성, 적성을 알게 해주는 것 같아요. 교사에겐 참 좋은 기회죠. 흔히 생각하기엔 단순한 동화구연을 생각하기 쉽죠. 저희도 대회 나가기 전까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대회를 준비하다 보니까 알겠던데요. 어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얼마나 충실하게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가 중요하죠. 그야말로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을 보는 겁니다.”


울산/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출처 한겨레 신문